"귀여움에 혹하면 화를 입을 것이야!" 기기괴계: 검은 망토의 수수께끼 (2024)

여러분의 게임 경력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제 동년배인 8~90년대 생이라면 기기괴계를 한 번쯤은 접해봤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적을 마구마구 던져 대고 먼지떨이(고헤이)를 마구 휘둘러 요괴들을 퇴치하는 귀여운 소녀가 나오는 게임이라는 단순하면서도 특징적인 요소가 인상적인 게임이었죠. 난이도는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런 캐릭터성이 꽤 인기를 끌어 많은 이의 기억에 남아있는 게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기기괴계 시리즈의 최신작 '기기괴계: 검은 망토의 수수께끼(이하, 검은 망토의 수수께끼)'가 4월 21일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출시됐습니다. 1992년 슈퍼패미컴용으로 출시된 '기기괴계: 수수께끼의 검은 망토'의 정식 후속작으로, 전작을 개발한 스태프로 구성된 나츠메아타리의 스페셜 팀 '탱고 프로젝트'가 개발을 맡았습니다.

덕분에 기기괴계 특유의 감성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그래픽과 사운드로 재포장해 과거를 기억하는 레트로 게이머는 물론, 현 세대 게이머들의 눈길도 사로잡고 있죠. 하지만 겉모습에 혹해 손을 대면 큰 화를 입을 수도 있는 게임입니다. 탱고 프로젝트가 살린 것은 기기괴계 특유의 어려움도 포함되어 있으니 말이죠.

'검은 망토의 수수께끼'는 '기기괴계 수수께끼의 검은 망토'의 후속작을 표방하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해당 게임의 게임성에 새로운 요소를 더한 것에 가까워 게임 자체도 레트로 액션 게임에 가깝습니다. 나오는 대로 적당히 적을 처리하는 식으로 플레이하면 1스테이지에서도 금세 게임오버 될 정도로 어렵죠.

기기괴계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즐겨본 이들에게도 은근히 바뀐 점이 많은데, 대표적으로 근접 공격인 '제령 공격'입니다. 전작에서는 사이즈가 작은 적이나 적탄을 대부분 한 방에 날려버리던 강력한 공격이었는데, 본작에서는 일부 적을 제외하면 제령 공격을 연타해야 적들을 지울 수 있거든요. 부적 공격도 어쩐지 최대 강화에서도 버티는 적들이 많아진 지라 기본적으로 적들의 내구도가 크게 늘었다는 감상이었습니다. 그런 적들이 물량 공세를 펼치는 데다가 특별한 대처법이 필요한 적들이 섞여 나오기도 해서 첫 플레이에서는 무조건 맞거나 죽는 경우가 많죠.

여기에 실수했을 때의 페널티도 상당합니다. 피격할 때마다 일정 확률로 부적 공격의 파워업이 한 단계씩 떨어지고, 한 목숨을 잃으면 부적 파워업이 모두 사라집니다. 위기 탈출용으로 폭탄이 있긴 하지만 특정 구간에서만 충전할 수 있고, 재충전은 오로지 컨티뉴 한정입니다. 컨티뉴 전까지는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긴 하지만 적이나 보스를 상대하기 매우 어려워집니다.

결국 실수하면 그냥 처음부터 다시하는 게 마음이 편할 정도이며, 원활한 클리어를 위해서는 최대한 적의 공격을 맞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적들이 나오는 위치와 공략법을 외워가며 차근차근 해치워 나가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러지 못한다면 스토리 모드의 엔딩을 보는 것도 굉장히 어려울 겁니다.

초보자 배려 모드 '엑스트라 이지 모드'가 있기는 합니다. 목숨이 무제한이라 어떻게든 엔딩까지 볼 수 있죠. 하지만 노멀/하드 모드에서 3천 개의 코인을 모아야 열립니다. 그래서 신규 플레이어보다는 실력이 부족해 노멀/하드 모드를 클리어하지 못하는 기기괴계의 팬을 위한 모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신 레트로 게이머, 특히 점수 경쟁을 즐기는 게이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게임입니다.

목숨 수가 최종 점수에 반영되니 한 목숨도 죽으면 안 되고, 체력/폭탄/배리어가 가득 찬 상태에서 같은 아이템을 획득하면 큰 점수가 들어와 한 대도 맞아서는 안 됩니다. 즉, 노 미스, 노 컨티뉴가 강제되는 것이죠. 근데 이게 안 될 거 같은데 어떻게 하면 아슬아슬하게 될 것도 같은, 절묘한 스테이지 구성을 보여줍니다. 피격을 당하거나 미스를 범했어도 '다음에는 여기서 이렇게 하는 게 더 안전하겠군'과 같은 생각을 하며 계속 붙잡게 되는 묘한 끌림이 있습니다.

↑ 원코인 클리어 영상. '좀 더 신경 쓰면 노 미스 클리어도 될 거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절묘해요.

이처럼 '검은 망토의 수수께끼'는 신규 플레이어보다는, 기기괴계 시리즈의 팬이나 레트로 게이머를 위한 게임입니다. 레트로 게이머 입장에서는 이만한 게임이 없다는 감상이지만, 그래도 귀여운 그래픽에 이끌려 온 신규 플레이어에게 좀 더 친절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소소한 아쉬움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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